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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호遇狐

겅츼 2024. 9. 7. 23:01

https://archiveofourown.org/works/35415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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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왕궁에 난데없는 요괴 소동이 벌어졌다.

 

다친 사람도 없고 사라진 금은보화도 없었으므로, 영거량은 처음에는 궁인들이 호들갑을 떠는 것이라 여기고 크게 개의치 않았다. 허나 한부인의 시비가 어젯밤 물을 뜨러 갔을 때 하마터면 기절할 뻔하지를 않나, 깨자마자 요괴가 있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는 이야기가 들려오니, 영거량도 이 사안을 심각하게 보지 않으려야 않을 수가 없었다.

 

그 시비가 말하기를, 자신이 열댓 살 되어 보이는 꼬마를 한 명 보았는데, 얼굴은 창백한데 입술은 쥐를 잡아 먹은 것 마냥 시뻘겋고, 노란 짐승 귀 한쌍이 쫑긋거리고, 발걸음 소리도 없이 천방지축 뛰어다니는데 컹컹 짖기까지 한다는 것이 아닌가. 그 해괴한 묘사는 왕궁에서는 온갖 불안한 추측이 새나오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의사는 출산을 앞둔 한부인을 위해서라도 조용한 환경이 필요하다고 했다. 영거량은 위앙과 얼마간의 상의를 거치더니, 이윽고 궁 내에서 모든 애완동물을 기르는 것을 금지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날 이후로 처음부터 궁에서 살고 있었던 말, , 고양이와 매는 물론이고, 심심풀이용으로 들였던 자그마한 새들까지 전부 궁 밖으로 내쫓겼다. 오직 한 마리태자의 침궁에서 기르고 있던 꼬마 여우만을 제외하고 말이다.

 

 

 

장장 궁인 셋이 영사 곁에 들러붙어 제발 그 자그마한 여우를 건네달라고 사정사정을 했지만, 도리어 영사가 그 녀석을 더욱 꽉 끌어안는 바람에 한참이나 실랑이가 벌어지던 무렵.

 

무슨 일이느냐?” 소문을 듣고 찾아온 영거량이 옆에 있던 시녀에게 물었다.

 

아버지!”

이제 겨우 예닐곱 살쯤 되어 보이는 아이가 허겁지겁 영거량에게 달려가더니 품에서 달랑거리던 여우를 번쩍 들어 올렸다. “이건 위나라에서 공손 선생님*께서 저한테 가져오신 선물이란 말이에요! 안 가져가시면 안 돼요? ?”

(*공손앙. 훗날 상앙으로 불림.)

 

영거량은 제 품속으로 대령된 샛노란 털뭉치의 가죽 목줄을 보고 나서야 작년 이 무렵 위앙이 안읍으로 출전했던 일을 떠올렸다. 돌아올 때 어쩐지 못 보던 짐승 우리가 보인다 싶었더니. 영거량이 생각했다. 당연히 키우려고 데려온 줄 알았는데, 영사에게 주려던 선물일 줄이야.

 

사야, 착하지.” 영거량이 허리를 숙여 제 아들과 시선을 맞췄다. “곧 우리 영사 동생도 태어날텐데, 동생에게 혹여 무슨 사고라도 일어나면 안 되잖아. 그렇지?”

 

영거량은 영사가 여전히 우물쭈물한 기색으로 여우를 내놓기 싫어하는 것을 보고는 이어 말했다. “이번 일이 일단락되면, 내가 직접 공손 선생님께 부탁드려서 신견神犬 몇 마리를 더 데려오라고 부탁하마. 괜찮지? 여우보다 훨씬 근사할 것이라고 이 아버지가 네게 약속하마.”

 

네에...” 영사는 잠시 고민하더니, 결국은 여우를 땅에 내려 놓았다. 그 모든 것을 지켜보던 궁인이 드디어 한시름을 놓더니 냉큼 여우를 들어 챙겨갔다.

 

그런데, 죽이지 말고 그냥 성 밖에 있는 숲에 놔주시면 안 될까요?” 영사는 아직 어렸음에도 궁 바깥으로 내쫓겨 무용지물이 되어버리는 애완동물들의 말로를 알고 있었다. 모든 이야기가 끝난 듯 싶었는데 마지막까지 아버지의 옷자락을 단단히 붙잡고 더러 가지 못하도록 고집을 피운 것도 이 때문이었다.

 

그래, 약속하마.”

 

 

 

그리고 정확히 두 번의 밤이 더 지났을 무렵, 한부인의 침실은 의원들로 가득찼고, 산파들이 쉴새없이 드나들기 시작했다. 보초들은 밤새도록 횃불을 높이 들어 온 왕궁을 밝혔고, 궁인들은 감히 숨 쉬는 소리도 내지 못하며 눈치를 보았다. 궁 안의 모든 사람이 삿된 징조가 다시 나타나 큰 재앙으로 번지는 일이 없도록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영사도 잠에 들 기분이 아니었던지라, 달빛이 환한 틈을 타 나무막대기 하나를 들고 몰래 방 밖으로 빠져 나와 정처없이 회랑을 거닐고 있었다. 검은 그림자 하나가 잽싸게 회랑을 가로지르는 것을 목격한 것 역시 그 순간이었다.

 

누구냐!” 그는 버럭 소리를 지르며 두 손으로 나무막대기를 움켜쥐고 검은 그림자를 향해 달려들었다. 조그만 꼬마가 엉덩방아를 찧으며 아야!” 하고 놀라나 싶더니, 금세 펄쩍 뛰어올라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두 꼬마가 사이좋게 흙바닥에서 뒹굴었다. 영사가 겁에 질려 막무가내로 주먹을 내지르며 사람을 부르려던 그 순간, 꼬마가 대뜸 흙모래 한줌을 움켜쥐고 그의 얼굴에 뿌려댔다.

 

!!!” 영사가 기겁하며 다시 땅바닥에 나자빠졌다.

 

다시 드러난 달빛에 비친 그 꼬마의 표정은 영사보다도 더욱 당황스러워 보였다. “!!” 꼬마가 영사의 입을 손으로 틀어막았다. “태자, 소리 좀 그만 지르세요! 제가 잘못했어요. 후 불어드릴게요. 됐죠?”

 

말을 끝마치기 무섭게 꼬마는 자신의 소매로 영사의 얼굴을 스치더니, 입으로 짧게 바람을 불었다. 그 순간, 영사의 얼굴을 잔뜩 뒤덮었던 흙먼지들이 마법처럼 나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꼭 맑은 바람이 온몸을 한바탕 흔들며 공중으로 띄울 성 싶은 느낌이었다.

 

영사는 그제서야 눈을 제대로 뜰 수 있었다. 자신과 별반 나이 차이가 나지 않아 보이는 꼬마가 적황색의 옷을 갖춰 입고 자신을 빤히 쳐다보며 마주 앉아 있었다.

 

, 네가 그 여우인 거지? 궁 사람들이 말하던 요괴?” 영사는 대뜸 상대의 목을 가리켰다. 꼬마의 목에는 상당히 눈에 익은 가죽 목줄이 걸려 있었다.

 

신선이거든요, ————그 호칭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꼬마는 입을 삐죽이며 말끝을 길게 늘였다.

 

아아, 맞다. 저는 '계'라고 해요. 제가 막내라서 스승님과 사형들이 다 편하게 불러요.” 꼬마 여우가 말했다. “사실, 떠나기 전에 특별히 태자한테 감사 인사를 하러 오던 길이었거든요.”

 

는 말을 끝마치고는 제 목에 걸린 목줄을 풀어 영사의 손에 쥐어주고 자세를 고쳐 앉았다. “목숨을 구해주신 은혜는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정말 떠나는거야?” 드물게 제 또래를 마주친 영사가 간신히 접은 미련을 다시금 드러냈다.

 

사실 제가요, 몇 달 전에 몰래 도망쳐 나왔다가 잡힌 거거든요. 아마 지금쯤이면 사형들이 절 찾고 있을 거예요.” ‘가 무안한 듯 얼굴을 긁적이며 씩 웃었다.

 

그리고 말을 끝마치기 무섭게, 바람이 한바탕 휘날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윽고 훤칠한 청년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청년은 의 뒷통수를 꾹 누르면서 자신도 연신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그간 우리 계가 신세를 많이 졌습... 이 녀석아, 너도 얼른 인사해야지.”

 

아잇, !”

가 뭐라뭐라 웅얼거리며 뒷머리를 문질렀다. “그래서 제가 다시 돌아온거잖아요.”

 

영사는 도술을 부리며 나타난 청년을 넋 놓고 올려다 보았다. 벽옥같은 피부에 근사한 검을 찬 자태까지 그것은 영락없는 신선의 모습이었다.

 

진짜 잘생겼다...”

영사가 무의식적으로 중얼거렸다.

 

태자?”

청년이 고개를 숙이고 다시 되물었다.

 

! . 그게 아니라고, 진짜로 가시려고요?”

영사가 고개를 연신 저었다. “제가 계를 도와줬으니까, 소원 하나만 들어 주실 수 있나 해서요.”

 

남아서 저희 아버지를 도와주시면 안될까요? 내키지 않으면, 저도 있잖아요.

 

이유가 뭔가요?”

청년은 또렷한 거절이나 수락 대신 인자한 미소로 를 제 곁으로 데리고 왔다.

 

, 저는 그냥. 아버지께서는 이렇게 바쁘신데, 저는 아직 어리고, 혼자니까...”

영사의 목소리는 말을 하면 할수록 기어 들어갔다.

 

청년이 유쾌하게 한바탕 웃었다. “태자, 비록 왕자王者의 길은 필연적으로 외롭다지만. 세상은 이렇게 넓고, 생이란 이렇게 긴 것이니... 언젠간 반드시 또 다른 명사를 만나게 될겁니다.” 반드시요. 그것은 완곡한 거절이었다.

 

멀리서 궁녀들이 애타게 태자를 찾는 소리가 들려왔다. 청년도 마침 를 데리고 떠나려던 참이었다. 이만 하직하려던 그 순간, 청년은 불현듯 생각난 이야기가 있었는지 허리를 숙여 영사에게 말했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만 올리고 떠날테니 경청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오늘날 천하의 모든 나라는 오만하게 싸우는 것을 일삼고 있으니, 진나라에서 왕을 칭하는 것도. 이제는 그리 유별난 일이 아닐 겁니다.”

 

그 말을 마지막으로 검지를 입에 올리고 씩 웃은 청년은 언제 이곳에 있었냐는 듯 꼬마를 데리고 사라졌다.

 

연이 되면 다시 만납시다.”

 

, 잠시만요!”

세상은 다시금 정적에 빠져들었다. 오직 영사의 손에 들린 낡은 목줄만이 이 모든 것이 꿈이 아니었노라고 말해주고 있었다.

 

 

 

이튿날, 영사는 영거량에게 매달려 갖은 떼를 부려 한부인이 있는 곳으로 갈 수 있었다. 영거량은 간밤새 퍽 시달린 탓에 침대에 누워 꼼짝도 하지 못하는 한부인을 달랬다. 영사는 두리번거리다가 유모에게 달려갔다.

 

네가 질이야?”

그는 유모 품에서 꼼지락거리는 아기를 손가락으로 놀아주며 어젯밤 홀연히 사라진 의 사형을 생각했다.

 

이제 나도 형이 되는거구나. 그는 그런 생각을 했다.

 

효공은 새 아들을 얻었고, 떠들썩하던 한 때가 지나갔다. 요괴가 있느니 뭐니 떠들어대던 헛소문도 이제는 더 이상 들려오지 않았다.

 

 

 

그리고 긴 세월이 지났다.

하루는 진왕이 묵가 무리의 거자를 만날 일이 있었다. 만남이 이어지는 내내 영사는 천지와 귀신에 관한 심오한 이야기를 논했다. 그 형체가 없고 뜻이 모호한지라 오로지 풍수지리에 해박한 저리질과 박학다식한 장의만이 간간히 대화에 몇 마디를 얹을 수 있었다.

 

이야기는 어쩌다 보니 영사의 어린 시절로 흘러가고 있었다. 영사는 자신이 어릴적 신선을 마주친 이야기를 꺼냈다. “성현께서 귀신의 지혜는 성인을 능가한다’*고 하였으니, 과인이 오늘날 왕의 이름을 칭할 수 있게 된 것도 어쩌면 그 여우신의 복을 입은 것일지도 모르겠소.”

(*<묵자>의 내용.)

 

전하께서 여우신을 만날 수 있었던것도 하늘의 뜻입니다." 거자가 말했다.

"하늘의 일은 쉬이 누설할 수 없으므로 신령들은 말을 아끼지만, 전하께서 하늘의 뜻을 따르기로 하셨으므로 자연히 하늘의 복 또한 입게 된 것입니다.”

 

장의는 한마디도 않고 그 아래에 얌전히 앉아 있었다. 멀찍이 앉아있던 공자 화는 불현듯 장의가 침묵을 고수하며 미소를 띄울 때, 더러 사람에게 봄바람에 취한듯한 착각을 일으킨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 입을 열고 눈을 한번 도르륵 굴리면, 미소가 퍽 교활한 것이 이번에는 또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 것인지 무서워지는 게 아니던가.

 

그는 꼬물거리며 저리질 옆에 바짝 붙어 소곤거렸다. “여우신이요? 왜 저는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죠.”

 

나도 어릴 때 딱 한번을 들어봤는데.” 저리질이 대답했다. “날 겁주려고 지어낸 이야기인줄 알았는데... 진짜로 있는 일인줄은 나도 몰랐군.”

 

여우신에 관한 잠담은 금세 지나갔다. 진왕은 묵자와 하늘에 관한 이야기를 마저 나누기 시작했다.

 

공자화가 저리질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웅얼거렸다.

 

“있잖아요, 형님. 혹시 장선생이 그 여우신이랑 닮았다는 생각은 안해보셨어요?”

“兄长,你有没有觉得张子,就像那狐仙啊。”

 

저리질이 형제의 손을 떼어내며 작은 소리로 꾸짖었다.

헛된 소리 말거라. 오늘날 전하의 왕권은 사실 상국께서 바쁘게 나라들을 오가며 이루어낸 것이지, 귀신이랑 무슨 상관이 있겠느냐.”

 

네네네... 그러시겠죠. 전하께서 절 만나신것도 하늘이랑 무슨 상관이 있겠어요.”

 

공자 화는 더 이상 아무도 자신을 신경쓰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는 입을 비죽거리더니 제자리로 돌아갔다.

 

“그치만, 정말 닮았단 말이에요.”

“可是,真的很像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