登龙门등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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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사X장의 쉬핑 포함
- R15~17정도의 간접적인 묘사가 나오지만 노골적이진 않아서 비번 안걸었습니다 적당히 취향 따라 읽으시길
- 번역 내지 3차창작에 가깝습니다. 직역<<<<<<<<<<<<<의역
- 오타 제보 환영
- 즐감(늘 그렇듯 님들에게 파파고보다는 양질의 번역을 제공한다는것에 의의를 둠)
驷,指套着四匹马的车。
사는 네 필의 말을 갖춘 수레를 뜻한다.
장의는 문득, 그와 영사 사이에 한 명은 미친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내일이 곧 상왕대전이거늘, 이리 중요한 일을 코 앞에 두고, 영사는 기어이 소매를 붙들어 묶고 검은 외투를 걸친 채, 물병을 두 개 챙겨 장의를 이끌고 나왔다. 막사 옆의 마굿간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신하자, 영사는 슬그머니 준말를 두 필 챙겨 누가 무어라 하기도 전에 미친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그것도 장장 반 시진을.
장의는 줄곧 허겁지겁 뒤쫓기에만 바빠 한 마디도 내뱉을 겨를이 없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영사는 훌쩍 말에서 내려 녀석더러 초원을 마음껏 활보할 수 있도록 고삐를 풀어주었다. 중추에 접어들자 풀과 땅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누렇게 물들어 지평선을 뒤덮고 있었다. 바람이 살짝 일기만 해도 말발굽 아래에서는 흙먼지가 휘날렸다.
장의는 그제야 한 숨을 돌리며 자신이 딛고 있는 땅을 둘러보았다. 한 폭이 되어 내달리는 천지간—— 이것은 그가 한 평생 본 적이 없는 광경이었다. 직하에서 수학하던 시절, 그 역시 이 곳 만큼이나 드넓은 바다를 본 적이 있었다. 허나 바다는 온화하고 포용적이었으며, 언제나 소란스럽고 쉴 새 없이 요동치는 것이었다. 이처럼 텅 비고 적막한 것이 아니라.
(*반복재생 추천)
장의는 제 국군의 기분을 함부로 추측하는 것을 싫어했지만, 지금으로서는 분명히 읽어낼 수 있었다. 상대의 기분이 아주 좋다는 것을. 영사는 두 눈을 감고 아침의 햇살을 만끽하고 있었다. 사자도, 신하들도 없는 이 곳이 그리도 청정하여서. 깊은 한 숨이 들이켜지고 이윽고 천천히 내뱉어졌다.
영사가 다시 느릿하게 눈을 뜨고 제 뒤를 돌아 보았을 때에는, 이미 기력이 거덜나 반 쯤 나자빠진 장의가 그를 반기고 있었다. 한바탕의 웃음에 입꼬리도 더러 올라갔다. “장자께서는 단련을 더 하셔야겠군!” 말은 그리 하여도 영사의 말은 눈에 띄게 나릿해졌다. 필히 잘 따라오라는 배려였으리라.
“군상,” 장의가 제 다리 아래의 말을 재촉하며 속도를 높였다. “군상, 이 앞으로는 계속 황무지이온데, 따라온 호위도 없으니 이만 돌아가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영사는 그를 한 번 흘겨보고 대꾸했다. “왜? 선생. 겁나나?”
“과인은 전혀 겁나지 않는군. 우리 장자께서 명검을 차고 있는데, 과인에게 무슨 일이 생기겠나?”
말을 끝마치기 무섭게 영사는 다시 속도를 올렸다. 장의도 별 다른 도리가 없었기에 그저 따라가는 수 밖에 없었다. 그의 무예로 말하자면, 진짜 봉변을 당했을 때 누가 누굴 지키고 있을지도 미지수인데다 끽해봤자 ‘죽음으로써 군주에게 충을 다 했다’는 미명 정도는 남길 수 있을지도 모를 정도였다. 이번 외출이 한 때의 즉흥인지 일찍이 꾸며진 계획인지는 알기가 어려웠다. 영사는 “걱정할 필요 없다”는 쪽지만을 영질에게 한 장 남긴 채 홀연 자리를 벗어났다. 음식조차 없이 물병만을 하나 지니고 출발한 여로의 종착지가 어디인지는 더욱이 알 길이 없었다.
한 일여덟리를 더 갔을까, 듬성듬성 무리를 이루고 있는 유목민들의 궁려가 눈에 띄었다. 집이 드러나자 돌연 시끌벅적한 인기척이 초원의 정적을 깨운다. 내일이 대전大典이라 그런 것일까. 변경의 민중들은 벌써 한바탕 축제를 벌이고 있었다. 한참을 떨어져 있는데도 둥둥 울리는 북소리와 환호하는 목소리가 귀에 선했다.
영사와 장의는 눈빛을 주고받더니 망설임 없이 말을 이끌고 그 대오에 합류했다.
이 땅에는 화와 이가 뒤섞여 살고 있었으므로 교류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그들은 두 사람을 남방에서 온 귀한 손님이라 여기고 열정적으로 환영해 주었다. 그리고 그 순간, 영사의 입에서 문득 융인의 인삿말이 두어마디 튀어나오는 것이 아닌가! 일전에도 활발했던 분위기는 더욱 뜨겁게 달구어졌다. 장의는 그제야 제 주군이 태자시절, 북방 초원의 제후들을 이끌고 천자를 조하하러 간 적이 있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허나 그것도 이미 십년이십년 전의 일이 아니던가? 주군이 아직도 융인들의 말을 이렇듯 외고 있다는 사실은 장의에게 새삼 놀라운 것이었다.
그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궁려 안으로 이끌려 들어갔다. 푹신하게 깔린 양탄자에 앉자 우유와 소젖으로 만든 두부, 뜨거운 술과 갓 구운 양고기가 연이어 차려졌다. 그들에게는 얼굴 한 번 본적 없는 이방인조차 이 순간만큼은 한 집 식구와 다름이 없었다. 갓 잡아 구운 양은 아직도 기름이 자글자글 끓고 있었다. 모든것이 잘 돌아가는 이 순간에 장의는 홀로 어쩔줄을 몰라했다. 아무리 평소 행동거지가 가볍다는 소리를 들어온 그였지만, 그럼에도 아주 기본적인 예절은 뼛속 깊이 새겨져있던 자신이 아니던가! 젓가락도 없이 맨손으로 집어 먹는다니, 어찌——
영사가 그를 툭툭 두드렸다. 그가 비수로 고기 한 조각을 찔러 제 입으로 넣더니, 이윽고 한 조각을 더 들어올려 눈짓했다. 장의가 연신 고개를 젓는 것을 보자 아예 옆으로 바싹 붙어 앉아 기다리는 것이 아닌가. 장의는 별 수 없이 고개를 숙여 그것을 받아 가는 수 밖에 없었다. 장의가 고개를 숙이자, 영사가 기다렸다는 듯 귓속말로 소근거렸다. “이 순간에는 국군이니 상방이니 없는거야!” 그는 장의가 두 손으로 받아 입에 넣는것까지 보고 나서야 성에 찬 듯 제 자리로 돌아와 이곳의 주인에게 술을 올렸다.
꽈당! 하는 소리와 함께 벽 너머에서 나희*가 시작됐다. 남녀가 주거니 받거니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자, 곡조를 아는 사람들이 앞다투어 호응을 하듯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나희: 서부 산간지대에서 유행한 희곡의 일종.)
그렇게 덩달아 술기운에 흥이 오르던 무렵이었다. 장의는 퍼뜩 미미한 진동을 느끼고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자신 뿐만이 아니라 모두가 같은 진동을 느끼고 있었다. 바깥이었다! 말발굽 소리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한 무리의 말들이 이곳을 향해 기세 좋게 달려오고 있었다. 말 위에 탄 사람들은 분분히 화려한 옷자락을 휘날리고 있었다.
일순 장내가 소란스러워졌다. 모두들 구경을 위해 너도나도 바깥으로 몰려들었다. 주인네는 저 준말들이 바로 내일 칭왕가관을 하는 국군에게 바치는 선물이라고 그들에게 귀띔했다. 제 신분을 밝힐 생각이 없었던 영사는 듣고서도 웃기만 했다.
검고 윤기나는 말들이 사람들의 손에 이끌려 한 구석으로 가던 순간, 가장 앞서던 한 필의 흑마가 돌연 울부짖으며 사람의 손을 벗어나 날뛰기 시작했다.
그것을 지켜보던 영사는 대뜸 제 겉옷을 벗어 장의에게 던져주더니, 인파를 헤치고 앞섰다.
“군…!” 뒷글자까지 외쳤다가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뒤늦게 깨달은 장의가 서둘러 입을 닫았다. 그를 꿇어앉히고 죄목을 열거하며 호통을 칠 영질의 얼굴이 눈에 선했다.
그는 서둘러 제 주군을 뒤쫓아가 귀한 몸이니 위험한 일에 나서서는 안된다고 만류했다. 영사는 들은 체도 안 했다.
“장자께서는 진인이 말을 길들이는걸 본 적이 있나?”
그 말을 마치기 무섭게, 채찍을 건네받은 영사는 말이 자신을 향해 돌진하는 순간 몸을 옆으로 비틀어 그 등 위로 도약했다. 갑작스레 늘어난 무게에 놀란 말이 두 발을 일으키며 주춤하는가 싶더니, 이윽고 불청객을 떨쳐내고자 더욱 박차를 가해 내달리기 시작했다. 영사는 말등에 바짝 엎드린 채, 자신의 체중을 목과 등의 이음새에 싣고 낮게 으르렁거렸다. 높이 휘두른 채찍이 뱃가죽을 가격하자, 말은 날카로운 울음과 함께 다시금 영사를 털어내기 위해 앞발을 수직에 가까이 치켜들었다. 영사는 한 손으로 고삐를 잡고 다른 한 손으로 갈기를 단단히 움켜쥐며, 다리에 있는대로 힘을 주어 중력을 버텼다. 그 이후 말이 앞발을 일으켜 세우며 성을 부릴 때마다, 영사는 노련하게 고삐를 당겨 말의 머리를 돌리는 동시에 몸통을 두들겨 녀석이 달리는 방향을 바꾸어 놓았다. 시시각각 방향이 틀어지자, 말의 속도가 자연히 느려지기 시작했다. 이제 다 되었다는 확신이 들었는지, 영사는 손에 쥐고 있던 채찍을 내던지고는 말목 뒷부분의 튀어나온 곳을 슬슬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입으로는 어르며 손으로는 쓰다듬기를 수차례, 점점 속도가 늦추어지며 걷기 시작한 말은 어느덧 안정을 되찾아 온순한 한 필의 준마가 되어있었다.
영사는 개선장군마냥 사람들의 환호를 받으며 말에서 내려왔다. 양 옆으로 찰랑이는 술이 쉼없이 내밀어졌다. 영사는 아무런 망설임 없이 그걸 받아 단숨에 들이켰다. 장의는 여전히 영사의 겉옷을 부둥켜 안은 채, 말이 두 발로 일어서 날뛰던 일전의 광경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영사가 술잔을 받아들고 씩 웃는 꼴을 보고 나서야 장의는 비로소 마음이 놓였다. 뒷목을 더듬으니, 말 위에 있었던게 본인이라도 되는 양 서늘한 땀이 한 웅큼이었다.
장의는 인파 바깥에 서서 그의 국군이 신민들과 웃고 떠드는 장면을 지켜보았다. 수줍은 유목민 아가씨가 땀을 닦을 손수건을 건네주는가 싶더니, 영사가 웃으며 그것을 건네받자 “어머!” 하고는 얼굴을 붉히며 달아난다. 뭇 사람들이 한바탕 웃는다.
영사의 이런 모습은 보기 드문 것이었다. 어딘가 늘 생각에 잠긴 채 날카로운 인상을 풍기던 평소의 군주는 온데간데 없고, 이 자리에서 술잔을 부딛히고 있는 것은, 영락없이,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전통 속의 그 용맹한 진인이었다. 장의는 어린 시절 스승에게 가르침을 받았던 말을 떠올렸다. 진은 말을 키우기 좋은 땅을 가지고 있지. 그래서 진인들 또한 말을 길들이는 것에 능숙하단다… 영사가 장의를 발견하고는 다가왔다. 장의는 황급히 정신을 차리고 엉거주춤 껴안고 있던 겉옷을 다시 영사에게 둘러주었다. 사람들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장의까지 둘러싸자, 주인이 서둘러 그들이 대전을 참가하러 온 빈객임을 설명했다. 좋은 술이 칭송과 더불어 축복과 더불어 냇물마냥 쏟아져 들어왔다. 술이 어찌 다다익선이 아니랴! 장의의 입장에서는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초원의 술은 우유로 빚는 것이기에 그 맛이 새콤달콤해서, 자신이 취한 줄도 모르고 연거푸 마시게 되는 것이 매력이었으니—— 장의가 자신이 취했음을 깨닫게 되었을 때에는 이미 하늘이 핑 돌고 있었다. 다시 눈을 뜨니 눈 앞에는 작열하는 태양이 있었고, 몸은 푹신한 풀밭에 닿기 일보 직전이었다.
영사가 웃으며 그를 붙들고 있었다. 벗이 술에 약하니 휴식할 자리를 하나만 마련해 달라는 말에 주인이 방 한 켠을 내어주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그들은 휘청휘청 융단 위로 나자빠졌다.
두꺼운 모피로 만든 발을 내리자, 소란스럽던 바깥의 소리가 일순간에 사그라들었다. 장의는 침대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었고, 영사는 그 위에 엎어져 있었고……. 날이 더웠다. 열이 후끈 올랐다. 아마도 취기였을 것이다. 둘은 체면차례랄 것도 없이 본인들의 두꺼운 옷가지를 풀어 헤치기 시작했다.
“과연 융인들의 술이라 그런지 어마어마하군요!”
“아니, 아니지. 여긴 진의 땅이야. 그러니 이 땅에 사는 사람도, 자연히 다들, 진인인거고.” 영사가 그의 입을 틀어막았다.
장의는 아직 취기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그는 이 꿈처럼 표유하는 공기 속에서 자신의 일생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고향 안읍에서의 스승님에서부터, 양성 귀곡의 스승님을 거치고, 직하학궁의 제주에 이르기까지—— 그들은 거듭하여 제게 물었다. 무엇을 찾아 배우느냐고, 무엇을 위해 살아가느냐고.
“우리 선생께서 딴 생각을 하시는군. 응?” 영사가 장의의 손을 침대 위로 잡아 눌렀다. 두터운 털가죽로 만들어진 이불이 둔탁한 소음을 집어삼켰다.
“이 의仪는 지금…” 장의가 웅얼거렸다.
“그래. 지금 무얼 생각하지?” 영사의 손이 그의 옷 안으로 미끄러져 들어왔다. 숙인 고개는 이미 자근자근 입을 맞추기에 바빴다.
장난을 이기지 못 한 장의가 몸을 꼼지락거리며 영사의 손길을 벗어나 말했다. “저를, 군상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동문서답이었다.
그리고 일순간 취기가 확 깬 듯, 장의가 손을 들어 영사를 꾹꾹 밀어냈다. “군상, 내일이 곧 상왕인데…”
“과인이 그걸 모를거라 생각하나.” 영사가 그 성가신 손을 떼어내 손가락 사이를 파고들었다. 한 손이 맞잡는 동안 다른 한 손은 슬그머니 아래로 내려갔다.
취기가 장의의 사고를 흐리고 있었다. 사뭇 불편한 감각은 있었지만 그 뿐이었다. 지금 그들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도 생각하기에도 귀찮은 지경이었다. 짐짓 기분이 좋은 듯 웅얼거리는 소리만이 간간히 들려왔다.
정신이 저만치 날아간건 영사 역시 마찬가지였다. 본디 베갯머리에서 할만한 이야기가 따로 있고 공적으로 할만한 이야기가 따로 있는 법이거늘, 난데없이 옆나라 위왕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한 것이 아닌가. 영사가 물었다. 네가 그 위왕 노친네더러 수레를 몰게 시킨거지?
장의는 그 말을 듣자마자 몸을 뒤집으며 큭큭거렸다. “그 인간이 군상을 욕보였으니, 신이 군상을 대신해 그 빚을 청산했지요.”
영사가 또 이어 물었다. 용문도 네가 고른거지?
이번에 장의는 술주정을 부리지 않고 제 목소리로 또랑또랑 답했다. “당——연히——”
“대우가 황하를 적석에서 용문까지 텄다고들 하지요. 신이 듣기로는, 그곳에서 뛰어올라 용이 된 고기가 있다고 하더군요.”
장의가 영사의 가슴팍을 툭 짚었다. “군상이 바로 그 용인가 봅니다!”
영사가 그를 일으켜 앉히고 비녀를 풀어 헤쳤다. 그가 장의의 귓가에 소근거렸다. “기산에서 봉황이 우니 주에 용이 우뚝 서네.* 선생, 주나라가 용일세. 과인이 아니야.”
(*봉명기산: 『국어』, 「주어」 참고. 기산에서 봉황이 울자 주 왕실이 흥기했다는 전고.)
장의의 앉은 자세가 일순 눕혀진 자세로 바뀌었다. 장의가 화들짝 놀라 작게 소리를 질렀다. 그제야 술이 깨며 머리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제 주군이 지금 무얼 하려는건지!
“이런 호랑지군—— 아!”
그는 그제야 반응다운 반응을 했다.
그의 양손이 간절하게 영사의 등을 움켜쥐고 있었다. 반 쯤 침대 밖으로 걸쳐진 한쪽 다리는 할 말을 잃은 제 주인처럼 정처를 잃은지 오래였다. 두꺼운 모피로 가려진 이 방에는 햇빛 한 점 들어오지 않았다. 간신히 타오르는 등불은 그의 흐릿한 시선 안에서 별처럼 일렁이고 있었고, 영사의 목소리는 시종일관 귓속을 파고들었다. 국군이 말하기를, “선생.”, “과인은 장자를 선생으로 삼고 싶은데.”, “선생이 날 가르쳐주시오. 어떤가?”, “장자께서는 왜 진에 오셨나?”
“助秦……”
“진을 돕기 위해서…….”
“不对吧?”嬴驷抵弄他,手在前面也不松开。
“아닐텐데?” 영사가 장난스럽게 웃으며 손에 더욱 힘을 실었다.
“呃,一展宏愿!青史,青史留名!”
“어어, 포부를 펼치려고! 입신, 입신양명!”
“真的吗?”嬴驷还在问他。
“정말로?” 영사는 여전히 묻고 있었다.
张仪受不了了,他只想说,因为嬴驷懂他,因为嬴驷信他,因为嬴驷好看极了,朝堂抬头那一刻他就被吸引了,他心悦......他张着嘴,不知道自己究竟吐出了些什么鬼话。他的精神已逼近崩溃的边缘,只差临门一脚便可登极乐。
장의는 더 이상 견디기 어려웠다.
그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단지, 영사가 자신을 알아주었기에, 영사가 자신을 믿어주었기에, 그리고 당신은 끝내주게 잘생겼으니까, 그렇기에 조정에 이르러 처음 고개를 든 그 순간부터 반했노라고……. 장의가 생각하고 있었다. 아니, 입을 벙긋거리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황홀경을 헤매는 사이 무슨 망측한 말들을 내뱉었는지 기억하지 못했다. 그의 체력과 정신력은 이미 한계에 내몰리고 있었다. 그러니까, 군상, 제 말은…….
그는 까무룩 잠에 들었다.
다시금 깨어났을 때, 장의의 귀에 가장 먼저 들려온 한마디는 “상국께서 깨셨습니다”는 외침이었다. 그 소리에 소름이 오소소 돋은 그가 눈을 부릅뜨자, 하인 몇몇이 그의 옷을 갈아입히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장의는 황급히 몸을 일으켰다. 온몸은 멀끔하고 상쾌했다. 아직 술냄새가 좀 풍기고, 허리가 시큰거린다는 사소한 문제만 빼면, 큰 문제는 없었다.
장의가 뒷머리를 두어번 두들겼다. 술을 마시고 스스로 헛소리를 하지 않았길 비는 마음에서였다. 궁녀 두어명이 그 모습을 보고 웃음을 터트렸지만 장의는 전혀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 하인이 이곳에 있다는 것은, 영질이 하루 온종일을 쏘다닌 그들을 찾아냈다는 뜻일 터였다. 영질이 발을 열어제끼며 목도했을 망측한 광경이 자연히 머릿속에 떠올랐다. 장의는 차라리 지금 이 자리에 고꾸라져 죽는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같이 자고 욕까지 얻어먹으라고? 손해뿐이잖냐!
“군상께서는?”
“옆방에 계십니다. 상국을 잘 돌보고 있으라는 명을 내리셨습니다.”
“됐다, 옷이나 갈아입자.” 장의는 제 운명을 순순히 받아들이기로 했다.
갖다 튀기든 삶든 이제는 될 대로 되라는 마음가짐이었다.
두시진 전.
영사는 옷매무새를 고치며 나른하게 문 밖에 서있었고, 영화는 그 곁에 서서 호기심을 참지 못한 채 자꾸만 안쪽을 기웃거리고 있던 차.
“구경났어?” 영사가 제 아우를 흘겨보며 말했다.
“아니, 형. 형 혹시 진짜로 상국이랑 그 뭐냐… 그렇고 그런걸?” 영사의 기분이 나빠 보이지 않다는것을 깨달은 영화가 용기를 내서 물었다.
“이놈이 열린 입이라고 못 하는 말이 없어!” 영사가 한 쪽 눈썹을 치켜올리며 목소리를 높였다. “과인은 취기에 호방한 마음이 들어 장자와 천하를 의논했을 뿐이다.”
하고는 다시 목소리가 낮아지는 것이었다. 영사는 그새 근엄한 태도를 풀고 제 어린 아우의 얼굴을 두드리며 싱글벙글 웃었다. “욘석아, 잘 지키고 있기나 해. 형 방해하지 말고.”
남이 보면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빠른 태세전환이었다. 영화는 그것에 응하고 눈으로 떠나가는 형의 뒷태를 좇을 수밖에 없었다.
장의가 정돈을 마치고 방을 나섰을 때, 일찍이 떠오르던 해는 이미 서쪽으로 뉘엿뉘엿 기울고 있었다. 초원에 한 줄기 바람이 불어오자 앞선 대오의 독기*가 연신 펄럭였다. 가장 앞선 영질의 안색이 영 어두컴컴했다.
(*독기: 왕의 수레 앞에 세우는 깃발.)
장의가 앞으로 가려던 순간, 영사가 마침 수레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모든 사람이 일사불란하게 말에서 내려와 절을 올린다. 장의 역시 예외는 아니다.
“자, 갈 길이 아직 멀텐데, 상국께서도 같이 타지.” 말을 끝마치기 무섭게 영사가 장의의 손목을 이끌고 수레를 오른다.
두 사람이 자리에 착석하자, 영화가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출발을 외친다. 긴 대오가 분분히 돌아가는 길에 오른다.
영사는 가만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장의도 감히 크게 움직이지 못한다.
살금살금 걷어올린 렴 너머에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절을 올리고 있었다. 그들이 탄 수레 옆으로는 영사가 길들인 흑마가 근사하게 고개를 치켜들고 나란히 걷는다.
내일이 곧 대관이었다.
終。